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 시위 현장에 가다

2025.11.22
김인서 기자

  • 동국대 청소노동자, ‘정년 연장’을 목표로 시위 중
  • 입사 시기 따라 다른 정년…학교·노동자 갈등 장기화

나는 아직 더 일할 수 있다’

동국대학교 본관 앞, 빨간 조끼를 입은 청소노동자 열댓 명이 모였다. ‘기존 정년 보장’, ‘청소노동은 고령 친화 직종’이 적힌 피켓과 함께 투쟁가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주먹을 흔든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소속 청소노동자들은 정년 연장을 목표로 매주 오전 11시에서 11시 반 시위를 하고 있다.

2018년 정규직 전환 이후

2018년, 청소노동자는 비정규직‧용역직 구조 중심의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을 벌였고, 그 결과 학교로부터 정규직 전환을 이뤄냈다. 이는 곧 노동자가 잘릴 걱정 없이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8년 투쟁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71세(용역직 정년)까지 정년이 유지되었으나, 2019년 이후 신규 입사자부터는 교내 타 직종 정규직과 동일하게 60세 정년이 적용된 것이다. 현재 학술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영남(60)씨는 이에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2019년 이전에 고용된 사람들의 정년이 71세”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들과 동일한 정년을 적용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다수가 50대 중후반에 일을 시작하는 고령친화직종인 청소노동자 특성상 60세 정년 적용은 근무 기간 단축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재 동국대의 상황은 2016년 충남대학교 사례와 유사하다(사건번호: 24진정0389700). 2020년 용역직이던 충남대 청소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지만, 입사 시기에 따라 정년이 달랐다. 기존 청소노동자의 정년은 65세, 신규 채용되는 청소노동자 정년은 60세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채용 시기에 따른 정년 차등은 ‘차별’이라며, 신규 채용된 청소노동자의 정년 역시 65세로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이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이유는 정년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 때문이다. 혜화관에서 근무하는 정미영(60)씨는 “71세 정년 퇴직자는 연금 수금이 가능해 생활하는 데 지장이 크지 않다”며, “현재 우리 세대는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해야 해서 경제적 여유가 없다. 연금이 나오는 65세까지는 일을 해야 생활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동국대학교는 내년인 2026년부터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2년 단위 기간제 근로계약 고용 형태 변경을 제안했다. 올해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는 노동자들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결국 이들은 정년 연장을 목표로 시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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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동국대학교 본관 앞 시위 현장

시위 현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들 앞에 놓인 동국대학교 총무처의 팻말이다. 민주노총 미화노조 집회 소음으로 인한 다수의 학생민원이 있었고, 이에 따라 소음측정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소음 기준 초과 시 관련 법령(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이하 집시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굵은 빨간 글씨로 강조되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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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현장 맞은편에 놓인 팻말과 소음측정기

학교의 소음 측정 조치는 정당한가?

학교가 근거 법령으로 인용한 집시법 제14조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는 소음 조치 권한이 없다. 소음 측정 권한과 피해 발생 시 관련 조치 권한은 관할 경찰서장(현장 경찰공무원)에 있다. 노무법인 삶 최승현 노무사는 이와 관련해 “소음 측정 권한이 없는 학교의 조치는 시위 현장을 위축시키려는 협박성 조치에 가깝고, 부당노동행위 중 단체행동권 침해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학교 측은 “학교에 법적 단속 권한은 없다. 시위 소음으로 인한 피해자 입장에서 음량 축소 요구를 위한 근거 제시를 위해 측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의 입장은

청소노동자 시위에 대해 학교 측 주장은 60세 정년과 퇴직 이후 계약직 전환 모두 ‘2018년 정규직 전환 당시 노사 간 합의를 거친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갈등의 골자인 정년 연장에 대해 “정년 연장은 기술직, 사무직 등 다른 직렬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특정 직렬만 71세 정년을 인정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에서 정년 연장을 입법 중이기 때문에, 학교도 이에 맞춰 단계적으로 정년 연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용역 계약으로 재전환하여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교섭대표노조인 한국노총 동국대지회를 비롯해 민주노총 동국대지회 모두 정규직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현재 시위 중인 청소노동자는 민주노총 소속이고, 대표 노조는 한국노총이다”라며, “대표 노조와 체결된 합의를 소수노조의 요구에 따라 학교가 수정, 관여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주장이다.

7월부터 시작한 청소노동자 시위는 12월이 다가오고 있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매년 진행하는 교섭과 오랜 소통, 수차례 열린 시위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노동자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후속 기사에서는 현재 갈등 상황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뉴스나이트 3.0 김인서 기자